씹기 불편한 65세 이상 26.6%…농진청, 저작 3단계 조리법·혼합잡곡 냉동밥 공개
귀리·수수·손가락조·팥·기장 비율 설정…동물실험서 공복혈당 22.5% 낮춰 기술이전 10건으로 제품화…출시 전 효소 실험으로 품질 관리
65세 이상 고령자 4명 중 1명 이상이 음식을 씹는 데 불편을 겪고 있다. 2024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의 26.6%가 저작 불편을 호소했다. 에너지 섭취가 필요추정량의 75%에 못 미치면서 칼슘·철·비타민A·리보플라빈도 모두 평균필요량에 미달하는 영양섭취 부족자 비율도 17.3%였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절반 이상은 고혈압을 앓고 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서 고령인구 비중은 2025년 20.3%에서 2050년 40.1%로 높아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고령자의 신체 특성과 건강 상태에 맞춘 식생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은 제30회 노인의 날인 지난 2일 그동안 추진해 온 고령자 식생활 연구 성과를 공개했다. 연구는 씹기 쉬운 조리 기술에서 출발해 고령친화식품 제품화, 국산 농산물 기능성 구명, 치유음식 프로그램까지 범위를 넓혀 왔다.
치아·잇몸·혀 3단계 조리법…올해 쌀·콩 등 곡류로 확대
국립식량과학원은 씹거나 삼키는 기능이 약한 고령자를 위해 섭취 단계를 치아-잇몸-혀 3단계로 나누고, 단계별 과일·채소 손질과 조리 방법을 개발했다. 사과는 1단계에서 1㎜ 두께로 썰고, 2단계에서 젤리, 3단계에서 퓌레로 만든다. 시금치는 달걀볶음으로 조리하되, 3단계에서는 무스 형태로 낸다. 2023년 과일 13품목 39종, 2025년 채소 5품목 30종을 정리해 안내서 2종을 펴냈고, 응용 메뉴 조리 동영상은 QR코드로 볼 수 있게 했다. 올해는 쌀·콩 등 곡류 5품목으로 대상을 넓혔다.
30여 품종·80개 조합 걸러 찾은 다섯 곡물 비율
고령친화식품 분야에서는 국산 잡곡으로 만든 혼합잡곡이 제품으로 이어졌다. 연구는 2019년 시작됐다. 국립식량과학원은 처음에 작목별·품종별 혈당 조절 관련 활성을 살폈고,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혼합 조성 실험에 들어갔다. 후보는 국립식량과학원이 육성한 품종 가운데 재배 기반이 있는 품종과, 재배 면적은 작아도 기능성이 유망한 품종 등 30여 종이었다.
국립식량과학원 품질관리평가과 김현주 연구사는 “재배 면적을 우선 고려했고, 면적이 좀 적더라도 연구기관으로서 재배를 확산해야 하는 임무도 있어 기능이 어느 정도 있는 품종을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유망 품종으로 80개 안팎의 조합을 만들어 탄수화물 분해 효소(알파글루코시데이스) 저해 활성을 기준으로 1차 선별했다. 이 가운데 8개 정도를 골라 효소·세포 실험을 했고, 결과가 좋은 조합을 동물실험으로 검증했다. 그렇게 찾은 비율은 귀리 ‘대양’ 30%, 수수 ‘소담찰’ 30%, 손가락조 ‘핑거1호’ 15%, 팥 ‘아라리’ 15%, 기장 ‘금실찰’ 10%다.
이 혼합잡곡은 시험관 효소 반응 실험에서 알파글루코시데이스 저해 활성이 54.5%로 나타났다. 당뇨를 유도한 쥐에게 혼합잡곡 사료를 먹였더니, 일반 사료를 먹인 당뇨 유도 쥐보다 공복혈당이 22.5% 낮았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은 아직 진행하지 않았다. 김 연구사는 “임상까지 가면 좋겠지만 예산 등 여건이 녹록지 않아 과제는 동물실험까지 진행했다”고 밝혔다.
냉동밥 ‘좋은날 당호밥’, 고령친화우수식품 지정·품평회 1위
이 혼합잡곡으로 만든 대표 제품이 영농조합법인 웬떡마을의 냉동밥 ‘좋은날 당호밥’이다. 혼합잡곡만으로 지은 이 제품은 고령친화우수식품으로 지정됐다. 또 올해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이 주관한 ‘늘편푸드 프리미엄 품평회’에서 1위에 올랐다.
웬떡마을은 당호밥을 포함해 혼합잡곡으로 만든 과자·죽·가래떡 등 4개 제품을 오프라인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 가운데 죽과 과자는 올 하반기 고령친화우수식품 지정 준비에 들어갔고, 웬떡마을 측은 이르면 내년 지정을 기대하고 있다.
국립식량과학원은 고혈압용 혼합비율도 함께 개발해 특허를 등록했다. 항당뇨·항고혈압 두 기술은 지난 7월 기준 10건이 기술이전돼 특수의료용도식품 음료, 선식, 혼합곡 등의 제품으로 출시됐다.
출시 전 효소 실험으로 품질 관리…원료는 모두 국산
기술이전 이후 제품 품질은 효소 실험으로 관리한다. 김 연구사는 “이상기후로 작물 작황이 달라지는 만큼 2019년부터 쌓아온 실험값을 바탕으로 일정 범위를 정해 두고, 그 안에 저해 활성이 들어오면 출시해도 되겠다고 판단한다”며 “원곡이든 가공품이든 효소 실험까지는 직접 검증하고 내보내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원료는 모두 국산이다. 웬떡마을은 또 다른 기술이전 업체인 괴산잡곡에서 혼합곡을 납품받고, 괴산잡곡은 자체 계약재배로 원료를 조달한다. 농진청도 기술이전 업체와 함께 홍성(팥), 강진(귀리) 등의 계약재배 생산단지를 늘려 원료 공급 기반을 다지고 있다.
방울토마토 160g이면 라이코펜 5㎎…녹두순·비름나물은 동물실험 단계
일상 식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기능성 정보도 내놨다. 연구진은 2025년 4월까지 보고된 국내외 임상 연구 47건(2435명)을 종합 분석했다. 그 결과 토마토의 라이코펜을 하루 5㎎ 이상 섭취하면 수축기 혈압은 2.41㎜Hg, 이완기 혈압은 1.33㎜Hg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2025년산 국내 방울토마토 6종의 라이코펜 함량은 100g당 평균 3.13㎎이다. 이를 고려하면 약 160g(250㎖ 한 컵, 12개 안팎)을 먹으면 라이코펜 5㎎을 섭취할 수 있다.
녹두의 어린싹인 녹두순 추출물은 잇몸 세포 실험에서 염증성 물질(IL-6 21%, IL-8 25%)을 줄였다. 치주염 동물모델에서는 치주염 진행 정도를 8.5%, 염증 점수를 50% 낮췄다. ‘장수나물’로도 불리는 비름나물 추출물을 뇌 염증을 유발한 생쥐에 투여하자, 새로운 물체를 탐색하는 시간 비율이 29%에서 55%로 늘어 정상군(62%)에 가까워졌다. 두 소재 모두 특허를 출원했다. 다만 세포·동물실험 단계의 결과인 만큼, 식품 소재로 활용하려면 인체 적용 연구가 뒤따라야 한다.
활동적 은퇴자 겨냥 치유음식 프로그램 5종…12월 운영 지침서 발간
건강·여행·취미에 적극적인 ‘활동적 은퇴자’를 대상으로 한 치유음식 프로그램 5종도 개발했다. 올해 5~9월 충남 논산·공주의 농장 4곳에서 제철 채소 팜투테이블, 토종 곡물 공동 조리, 토종 콩 음식 명상, 청국장 발효 문화 탐구 등을 운영했다. 유형별 제철 식단 80종과 조리법 136종도 함께 정리했다.
1~3회기 참가자의 뇌파를 프로그램 전후로 비교한 결과, 이완 지표인 α파는 45.1% 늘고 졸음 지표인 δ파는 18% 줄었다. 조리나 품종 비교처럼 능동적인 활동을 할 때는 집중 지표인 β파가 92.4% 증가했다. 국립식량과학원은 오는 12월 치유음식 프로그램 운영 매뉴얼을 펴내고, 혼합잡곡의 고령친화우수식품 지정 품목을 넓혀갈 계획이다.